3년 만에 우리나라가 조선 산업 세계 1위로 복귀했다는 뉴스가 얼마 전에 보도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2024년 1분기에 전 세계 수주의 44.7%를 점유하였고, 누적수주액은 136억 달러에 달했다고 합니다. 중국이 누적수주액 126달러로 바로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3월 CGT 기준 발표된 세계 조선소 순위는 1위가 HD현대중공업, 2위 삼성중공업, 3위 한화오션으로 모두 대한민국 조선 기업들이 차지했습니다. 대한민국 조선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산업의 역사와 특징, 관련주에 대해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한균수 경제사용설명서 ‘조선산업 세계 1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과 염승환 함께 배우기 조선산업 편을 참고하여 정리하였습니다.
조선산업에 대하여
조선 산업 역사
전쟁 이후 1960년대에는 경공업 위주로 산업이 발달했습니다. 이 당시 우리나라는 북한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상태였고, 박정희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중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1968년 시행된 제2차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조선, 화학, 기계, 제철을 4대 국책사업으로 선정하여 추진력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1970년에 현대건설 조선사업부를 발족했고, 1974년 울산조선소, 현대중공업을 건설하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정주영 회장의 일화가 있어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현대’하면 정주영 회장이 떠오를 정도로, 정주영 회장은 유명한 기업인입니다. 당시 정주영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조선 사업을 시작하라는 오더를 받았고, 정주영 회장은 차관을 빌리기 위해 해외 곳곳을 뛰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소도 없고 배를 만들어본 적도 없는 대한민국에게 선뜻 차관을 빌려줄 곳은 없었습니다. 실망하여 돌아온 정주영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찾아가 아무래도 사업이 어렵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박정희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한다며,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건 기업인의 자세가 아니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정주영 회장은 다시 차관을 빌리러 나섭니다. 1971년, 그는 영국 바클레이 은행에 4300만달러 차관 도입을 요청했지만 당연히 거절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무작정 차관을 빌릴 수는 없고 무슨 방법이 있나 알아보니, 선박 컨설턴트 회사 A&P 애플도어의 찰스 롱바통 회장의 보증을 받으면 차관을 빌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주영 회장은 다짜고짜 찰스 롱바통 회장을 찾아가 500원짜리 지폐 뒷면의 거북선을 보여주며 우리나라는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든 나라임을 어필하였습니다. 결국 롱바통 회장은 바클레이 은행에 추천서를 써주게 되었습니다.
바클레이 은행에서는 추천서를 보고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였으나, 아직 조선소도 없는 상태인데 배 주문을 미리 받아오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배 주문 받아오면 돈 빌려줄게’라는 것입니다. 정주영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그리스의 해운업계 리바노스 회장을 찾아가 우리에게 배를 주문해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정주영 회장은 미포만 백사장 사진과 유조선의 설계도면을 들고 리바노스 회장을 설득합니다. 놀랍게도 리바노스 회장은 26만톤 급의 유조선 2척을 발주합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조선 산업이 시작되었습니다.
1972년 3월 23일, 현대 중공업 울산조선소 기공식을 가졌고, 1974년 6월 28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준공식과 배 1,2호선 명명식을 동시 개최하였습니다. 여기서 놀랄 만한 점은 조선소 준공식과 배 2척 명명식을 같이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정주영 회장은 리바노스 회장과 약속한 기일을 맞추기 위해 조선소를 건설하면서 배도 동시에 건조한 것입니다. 조선소와 함께 만들어진 배는 심지어 리바노스 회장으로부터 찬사를 받습니다. “이렇게 잘 만든 배는 오랜만에 본다.”
그 이후 1983년, 현대중공업은 건조량 기준 조선 세계 1위 기업이 되었고, 지금까지 세계 탑권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1973년에는 1차 오일쇼크 발생으로 위기가 있기도 하였습니다. 유조선을 주문한 선주가 선박 인수를 위약금 주고 취소한 것입니다. 울산 앞바다에 주인없는 완성배 3척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걸 본 정주영 회장은 “저 배로 우리가 사업하자”라고 하였고, 그렇게 설립된 회사가 해운업계 최고 현대상선, 지금의 HMM입니다.
정주영 회장의 창의성과 결단력, 실행력은 정말 대단하는 말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박정희 대통령도 정주영 회장의 이런 면을 알고 있었기에 조선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부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를 선진국의 반열에 들게 한 정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조선 산업 특징
조선 산업은 선박을 제조하는 사업으로, 수주를 받고 배를 건조하는 기간 동안 대금을 나눠받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건비, 자재비 등이 상승하면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요 고객은 해운업이고, 선박 건조 기간은 2-3년이 걸립니다. 조선 계약 방식에는 톱헤비, 스탠다드, 헤비테일이 있습니다. 공급자가 을의 위치에 있을 때에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져 조선 기업에서 자금 조달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기도 하였지만, 요즘은 스탠다드 방식으로 계약을 하는 추세입니다.
계약방식 | RG발급 | 절단(착공) | 탑재 | 진수 | 인도도 |
톱헤비 | 20% | 30% | 20% | 20% | 10% |
스탠다드 | 20% | 20% | 20% | 20% | 20% |
헤비테일 | 10% | 10% | 10% | 10% | 60% |
조선 산업 업황
현재 조선 산업은 중국과 뺏고 뺏기는 1위 쟁탈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장점은 고부가 선종에서 압도적 1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순이익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부가 선종으로는 쇄빙선, LNG 운반선과 추진선, 암모니아 운반선과 추진선, VLCC 초대형 원유 운반선, LPG 운반선 등이 있습니다. 중국은 컨테이너선과 벌크 위주로 수주를 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고부가 선종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으므로 조선 산업의 미래는 계속 유망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3월 12일, 미국 철강 노조가 미국 무역대표부 USTR에 중국의 조선산업을 제재해달라고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USTR에서는 45일 내에 답변을 해야 하는데, 이번 주나 다음 주에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중국 제재 관련 조사가 실시되면 한국 조선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조선 실적도 잘 나오고 있으므로 조선 관련주들에 훈풍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조선 산업 관련주
조선 산업 대형주로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한화오션이 있습니다.
조선 기자재 관련주로는, 선실(데크하우스)의 세진중공업, 오리엔탈정공, 해상통신장비의 삼영이앤씨, 피팅의 태광, 성광밴드, 하이록코리아, 디케이락, 조명의 대양전기공업, LPG 화물탱크의 세진중공업, LNG 보냉제의 한국카본, 동성화인텍, 엔진의 HD현대중공업, HSD엔진, STX중공업, 엔진부품의 케이에스피, 태웅, 어퍼데크의 세진중공업이 있습니다.
이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조선 산업의 역사와 특징, 관련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조선 산업의 역사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력, 그리고 정주영 회장의 추진력과 실행력이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사업가라면 이러한 대담함이 있어야 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조선 산업은 특성상 수주를 받고 나서 기간에 걸쳐 대금을 지급받으므로 수주와 실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고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미래가 밝은 조선 산업, 잘 공부해보시고 상황에 맞게 투자 여부를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